작가의 노트 ㅣ ‘경로당 폰팅사건’ 그 뒷이야기

 


경로당폰팅사건과의 인연은 7~8년 전인 2004년경부터이다.  길에서 우연히 연극 포스터를 보았는데 제목이 ‘경로당 폰팅사건’이었다.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아니, 경로당 폰팅사건이라니… 경로당과 폰팅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지만 공연을 보진 못했다. 
 
재밌는 제목이 시간이 흐르며 기억에서 잊혀질 즈음인 2006년 우리 극단에서 어떤 공연을 할 것인가 회의를 하던 중 한 명이 의견을 냈다.  자기가 어떤 연극을 보았는데 우리 극단이 그 공연을 했으면 좋겠단다.  그런데 그 작품 제목이 ‘경로당 폰팅사건’이란다.  그렇게 ‘경로당 폰팅사건’은 우리 극단 드림과 인연이 되었다.

 

건양대학교 교수인 이충무 선생님이 희곡을 쓴 작품을 우리 극단에서 서재화 연출로 다시 공연을 하게 되었다. 공연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개인적인 욕심이 생겼다.  작품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정된 대본이 2008년 봄에 나의 연출로 다시 공연이 되었다.
 
연습을 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대전의 배우상황이 그리 좋지가 않아 젊은 배우들이 노인역할을 해야하는데 배우들이 노인의 이미지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공연날이 다가오면서 점점 배우들은 제 역할을 찾아갔고 드디어 막이 올랐다.
 
기대 이상으로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는 대전에서 발을 구르고 배꼽을 쥐어짜며 웃고 때로는 눈물을 훔쳐내는 관객들의 반응에 이공연이 사고한번 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공연하며 보람을 느꼈던 것은 공연을 관람한 후 관객들의 행동이었다. 공연을 관람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서 전화를 드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관객과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 것에 더욱 이 공연의 가치를 두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경로당 폰팅사건’은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분들이 관람을 하게 되었고 또 여기저기 초청공연을 다니게 되었다.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카이스트, 골프존 등과 일본에 초청되어 교토에서 공연을 하였다.
 
계속되는 공연 속에 또 하나의 욕심이 생겨나게 되었다.  반응이 느리다는 충청도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하다면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공연이 성공하겠다는 생각에 서울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생각을 하던 중 2010년 가을에 한국소극장협회가 주관하는 ‘디 페스타̓축제에 참가하게 되어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공연을 통해 서울에 진출하려는 생각을 확고히 갖게 되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2011년 3월 드디어 서울 대학로 ‘모시는사람들 소극장’에서 3개월간의 공연이 올라갔다.  역시 관객들은 열광했으며 이 소문은 빠르게 서울 연극계에 전해졌다.
 
이후 ‘경로당폰팅사건’은 눈코 뜰새없이 달리고 있다. 2011년도 하반기 스케쥴만 보더라도 과천시민회관 초청공연, 제주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쇼케이스 작품 선정, 2011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국내초청공연, 울산현대예술관 초청공연, 인천 남동문화예술회관 개관 초청공연, 서울 대학로에서 OPEN RUN(공연이 끝나는 일정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공연하는 것), 대전 앵콜공연 등 많은 곳에서 많은 분들이 공연을 찾았고 기다리고 있다.
 
이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초청공연이었다. 

 

우리가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공연이 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고 국립극장측에서 먼저 축제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해서 이루어졌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극장에서의 초청은 우리 극단드림 뿐만 아니라 대전 공연예술계 전체로 보아도 엄청난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국립극장 직원들이 공연이 너무 재미있어서 오랫동안 국립극장에 근무하며 처음으로 주변분들에게 공연을 보라고 권했다며 그동안 국립극장에서는 무겁고 진지한 공연만 했는데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보게 되었다고 무척 즐거워했고 표를 구해달라는 청탁(?)을 받기도 하였다.

사실 이 작품의 주제는 무척 무겁다.  현대인의 외로움, 노인의 문제 등 요즘 사회에서 가장 고민하게 되는 소재가 이 연극의 주제인데 고민하려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달콤한 코메디를 씌워 무대에 올린 것이다.
 
의도대로 관객들은 재미있게 관람을 하면서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이 의미가 있는 것은 대전에서 만들어진 토종대전연극이고 그 대전연극이 전국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대전에서는 서울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대극장, 소극장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더군다나 그러한 작품들을 기획하는 기획자들은 예술전파라는 명분으로 대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없진 않지만 진정한 대전예술의 발전이 무엇인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제작된 서울공연들이 우리지역을 휩쓸고 있다면 대전은 문화소비시장으로 전락하는 꼴이 될 것이다.  몇 년전 우리나라 영화인들이 스크리쿼터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냈던 일을 기억 할 텐데 대전의 공연시장이 이와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역으로 대전연극이 대전을 벗어나 전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기쁨을 대전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고 더욱 발전하는 ‘경로당 폰팅사건’이 되길 소원해 본다.

 

▲ 대전 공연일정:2011년 12월 31일(토)까지/화~금 저녁 8시/토요일 오후 3시, 6시/ 일요일 4시
 
※ 월요일과 12월 16․18일은 공연없음
 
▲ 장소:소극장 드림아트홀
 
▲ 관람료:2만5000원
 
▲ 공연시간:100분


[출처 : 위클리디트 / 주진홍 드림아트홀 대표 / 2011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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