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립만세   
 
지난해 이맘때쯤 대전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몇 사람이 모여 시민들이 문화의 터 위에서 자발적으로 즐겁게 놀아보는 축제, 저절로 ‘우리’가 되는 축제의 원형을 만들어보자는 것에 생각이 모아졌다. 짧게 말해서 ‘잘 놀아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뜻은 좋지만 축제의 예산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홍보, 진행, 섭외 등 그 많은 일들을 누가 할 것인가? 축제의 시스템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진정한 즐거움이 꿈틀거리는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들이 분명했기에 발걸음도 가볍게 준비는 시작되었다.

축제의 제목은 ‘대흥동립만세’였다. 오랜 세월 동안 대전의 중심으로 남아 있었던 대흥동 일원에서 축제를 여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장소도 소극장이나 카페, 길거리, 사무실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구성하는 장르도 공연, 전시를 비롯해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기로 했다.

그 결과 전문가에서부터 동호회까지 40여 개 팀이 참여를 하였고 외국 공연 팀도 다섯 나라에서 참여를 하여 축제의 열기를 더해 주었다. 참가자들에게 출연료는 물론 교통비도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를 하였고 출연자나 관람자 모두 즐겁게 축제를 즐겼다. 지금 돌아보면 많은 아쉬움도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 열매는 풍성하여지리라 기대해본다.

푸르른 오월에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모여 가을에 열릴 축제를 위한 준비들로 한창 바쁘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생각이 일렁이고 또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며,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가 꿈틀거림을 느끼는 이 계절이 또한 아름답고 감사하다. 주진홍<극단 드림 대표·연극연출가>

 

[출처 : 대전일보 / 20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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