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판’ 이죠" 
 
 
대흥동립만세, 도대체가 ‘핵심 주체’를 추적할 수가 없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별도의 추진위원회 없이, 원하는 사람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가담하면서 만들어진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3년 전 축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축제의 깊숙함 부분에 소리없이 움직이고 있는 ‘세력’을 포착했다. 대부분 40대인 그들은 젊은시절, 혹은 그 이전부터 대흥동의 문화예술을 가꾸며 살아온 장본인들이다. 그 만큼 애정또한 대단하다. 그 애정이 지금의 대흥동립만세를 이끌어가는 추진력이다. 극단, 화랑, 카페 등 각자의 일에 바쁜 와중에 큰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대흥동 터줏대감’들의 일터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진홍(45·극단 ‘드림’ 대표)= 주진홍 대표는 대흥동립만세가 시작되기 2년 전인 2006년 ‘원도심 축제’라는 이름의 축제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복지분야에 종사하는 지인과 함께 추진했던 축제는 원도심 문화를 널리 공유하고 싶어 시작했지만 문화예술과 사회복지 사이에서 끝내 갈피를 잡지 못하고 2년만에 막을 내려야했다. 주 대표는 “너무 아쉬운 마음에 안타까워하고 있던 중 대흥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예산문제가 많이 걸리긴 했지만 어찌어찌 시작해보니 또 어찌어찌 되더라”며 웃어보였다.

또 축제를 이끌어간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판’을 만드는 매개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형식과 관념을 탈피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프로에서 아마츄어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꿈꿨다. 그 꿈은 이루어졌다. 주 대표는 “축제의 양적인 효과를 생각했다면 대흥도잉 아닌 다른 곳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끈끈하게 사람사는 재미가 느껴지는 것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흥석(42·카페 ‘비돌’ 사장)=이흥석 사장은 90년대 부터 다양한 형식의 카페를 운영하며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과 늘 가까이 있었다. 그가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카페 비돌은 지역 문화예술가들의 모임장소로도 유명하다. 대흥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 축제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화’가났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대흥동이 뉴욕보다 못한가? 시부야보다? 홍대보다? 아니면 둔산동 보다?’라는 생각을 종종해봤다”며 “자신있게 ‘그에 못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나 자신과 주변 시각에 화가 치밀어올랐다”고 말했다. 스스로 책임을 느끼며,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흥동립만세를 시작했다. 3회동안 축제를 진행해오다 보니 생각보다 값진 결과를 얻었다. 이 사장은 “쉽지 않을 일에 발벗고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감동했다”며 “내부적 평가가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축제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뭉클함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대흥동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대흥동립만세는 이제 3살이니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교도 가지 못한 것”이라며 “더 나아가 누가봐도 괜찮은, 또 축제 기간 뿐 아니라 상시적인 문화를 형성해 새로움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후영(45· 복합전시공간 ‘스페이스 씨’ 큐레이터)=대흥동에서 비영리 복합전시공간 스페이스 씨(space ssee)를 운영하고 있는 윤후영 큐레이터는 이번 대흥동립만세 축제 기간에 맞춰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이라는 프로젝트 전시를 진행했다. 대전 미술의 역사에서 구체적 삶의 상징적 공간인 ‘팔로미노’와 현대미술의 또 다른 소통의 공간인 ‘비잔’을 주제로 했다. 일상과 함께 특정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야기가 전시의 주체다. 윤 큐레이터는 “옛 예술문화 지역인 대흥동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는 의미에서 기획했다”며 “대흥동에서의 기억을 다시 재생기키고 추억과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대흥동립만세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일반 관변축제와는 차별화되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대흥동립만세는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축제인 만큼 맥락도 없고 명분만 앞세우는 축제들과는 다르다”며 “보통 축제를 기획할 때 거점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시 하지만 대흥동은 이미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자리 잡고 있어 모여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대흥동은 ‘예술과 삶의 밀착’이라는 이상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토양”이라며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흥동립만세도 내가 만드고, 즐길 수 있는 수준높은 문화축제라는데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일보 / 김수영 기자 / swimk@daejonilbo.com / 20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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